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공무원들이 출근하고 있는 모습.

수사·조사·재판을 받고 있어 명예퇴직을 하지 못하는 공무원을 구제할 길이 열린다.

2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이런 내용의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명예퇴직수당을 신청할 때 조사,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기소 중인 공무원에 대해 퇴직 이후 제한 사유가 해소된 사실이 확인되면 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명예퇴직은 20년 이상 장기 근속한 공무원이 정년 전에 스스로 퇴직하는 것으로, 이 경우에 해당하는 공무원은 명예퇴직 신청을 통해 '명예퇴직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인사처 국가공무원 인사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명예퇴직자는 1만1320명으로, 전체 퇴직자(2만8836명)의 약 39.3%에 달한다. 퇴직 국가공무원 5명 중 2명은 명예퇴직자인 셈이다.

최근 3년간 명예퇴직자 수는 2021년 9491명, 2022년 1만275명, 2023년 1만1320명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6급 20호봉인 공무원의 정년이 5년 남았을 경우 약 86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행 규정상 수사기관의 수사, 감사시관의 비위 조사를 받고 있거나 징계 의결이 요구된 공무원,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은 명예퇴직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지급 결정이 취소될 수 있다.

문제는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아도 이미 명예퇴직수당 신청 기한이 지나,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명예퇴직수당은 규정에 따라 정년 최소한 1년 전에 신청해야 하는데, 수사나 재판이 길어지면 신청 기한을 놓치게 되면서 수당을 받을 길도 영영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민원성 고소·고발에 얽혀 명예퇴직을 하지 못하는 '억울한'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고 인사처는 설명했다.

인사처 관계자는 "잘못해서 수사나 기소되는 경우도 있지만, 민원성 고소, 고발로 인해 나중에 무혐의로 결론 나는 경우도 있다"며 "이 같은 사례를 구제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사·조사·재판으로 명예퇴직을 하지 못한 공무원도 사후에 명예퇴직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의원 면직으로 우선 퇴직한 뒤, 무혐의 등 지급제한 사유 해소 사실을 입증하면 사후적으로 명예퇴직수당을 신청해 지급 받을 수 있게 된다.

허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