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세상은 그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가 병원 침대에서 마주한 진실은 차갑고 냉혹했다.
"돈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세계적 기업을 일군 억만장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명품도, 막대한 자산도 암세포 앞에서는 무력했다. 운전기사는 고용할 수 있었지만, 병을 대신 앓아줄 사람은 없었다.
잡스가 죽음을 앞두고 남긴 깨달음은 우리가 놓치고 사는 삶의 본질을 꼬집는다. 그는 "살면서 가장 소중한 건 건강과 사랑"이었다고 고백했다.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희생한 시간, 관계보다 성과를 우선했던 선택들이 병상에서는 후회로 돌아왔다.
"진짜 부자는 평온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그의 말은 역설적이다.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고도 마음의 평온을 얻지 못했다는 자인(自認)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가난하면 아무리 성공해도 외롭고, 사랑하지 못한 인생은 공허할 뿐이라는 깨달음은 너무 늦게 찾아왔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그는 "성공보다 중요한 건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회의실보다 가족과의 저녁 식사가, 실적 보고서보다 친구와의 대화가 더 값진 것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소중함을 알았을 때는 이미 시간이 부족했다.
죽음 앞에서야 진짜 중요한 것을 깨닫는다는 건 잔인한 진실이다. 우리는 '나중에'를 약속하며 산다. 건강은 나중에 챙기고, 사랑하는 사람은 나중에 만나고, 행복은 나중에 누리겠다고. 하지만 잡스의 고백은 묻는다. 그 '나중'이 정말 올까?
"오늘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세상을 바꾼 천재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 평범한 문장이 가장 울림 있는 이유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성공의 정상에서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 잡스의 깨달음은 단순한 회한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다.
당신은 오늘, 누구와 함께 있는가.
최창섭 서강대학교 전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