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 거래소 전산장애로 코스피 시장의 전종목의 주식매매거래가 7분간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종목이 '셧다운' 된 건 사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말까지 매주 주말 넥스트레이드(NXT)와 함께 합동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37분부터 7분 동안 유가증권시장에 전산장애가 발생해 주식 매매거래 체결이 지연됐다. 이 때문에 국내 증권사들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호가창이 멈추고 시세 확인과 주문 체결이 한동안 중단됐다.
이번 주식거래 중단 원인에 대해 거래소는 "동양철관 종목 자전거래방지 조건(SMP) 호가의 매매체결수량 계산시 중간가호가 수량 누락으로 인해 매매체결 지연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SMP(Self Match Prevention)는 거래 ID가 동일한 경우 상호체결을 방지하는 장치다. 중간가호가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자전거래방지 조건호가 로직과 충돌한 것이 전종목 거래정지의 원인이 됐다는 게 거래소 측 설명이다.
거래소는 오전 11시44분 거래소 체결시스템을 복구했고 이때부터 거래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로직충돌의 원인이 동양철관은 시스템 복구 이후에도 호가가 접수되지 않았다. 거래소는 오후 12시5분 동양철관의 매매 거래를 정지했다가 세 시간이 지나서야 거래를 재개했다.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에서 주식매매거래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코스피 963개 전 종목의 거래가 중단된 것은 2005년 한국거래소가 통합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앞서 2013년 9월에는 거래소 전산시스템 오류로 한 시간 가량 코스피 일부 종목과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183개 종목의 주식 매매 거래가 중단·지연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거래 정지 이후 증권사 거래방과 종목 토론방 등에서는 '점심 전에 단타(단기 투자) 치려했는데 강제 장투(장기 투자)하게 생겼다', '국장은 이래서 안 된다', '장 분위기 좋다가 갑자기 거래 먹통은 너무한 것 아니냐' 등 항의성 글이 쏟아졌다.
거래가 3시간 동안이나 멈춘 동양철관 주주들의 불만은 더욱 거셌다. 거래가 멈추기 직전 동양철관 주가가 20% 가까이 급등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양철관 주주들 사이에서는 '차익 실현하려고 했는데 못 했으니 환불받을 수 있나요', '대기 중인 주문 건은 취소가 안 되나요', '주주들은 전부 보상받아야 한다' 등 보상 관련 문의가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불편을 겪은 투자자들은 증권사에 항의 전화를 걸어 거래 차질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항의가 있었으나 코스피 거래 정지 사고가 모든 증권사 공통 사항이고 한국거래소 시스템 오류라는 점에서 수긍했다"면서 "다만 3시간 동안이나 거래가 정지된 동양철관 주주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전했다.
거래소는 전산장애로 인한 투자자 불편에 대해 사과하고 시스템 안정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예상돼 손해 배상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모든 종목의 거래가 멈춘 상태라 특정 종목에 대한 피해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7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가격 변동이 급격하게 일어나거나 호가 접수도 안돼 피해를 봤다거나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피해 현황이 전혀 파악이 안된 상황이라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전날 장종료 이후 시스템 체결 로직의 다른 사항에 문제가 없는지 전사점검회의를 열어 추가적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어 간부회의를 개최해 향후 대앙방안도 논의했다. 거래소는 오는 31일 넥스트레이드 거래종목이 800종목으로 확대되는 만큼 유사사례 방지를 위해 다음 달 말까지 매주 주말 NXT와 합동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허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