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화 주필리핀 대사가 3일 오전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아키노 국제공항에서 필리핀 이민청장 및 한국 경찰청 호송 단장과 함께 현지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경찰청제공
경찰청이 3일 전세기를 투입해 필리핀으로 도피한 피의자 49명(남 32명·여 6명)을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 지난 2017년 필리핀에서 한국인 피의자 47명을 송환한 이래 단일 국가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의 동시 송환이다.
이날 오전 11시40분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아키노 국제공항을 출발한 전세기는 오후 4시4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다. 비행기에는 국내에서 범죄를 일으킨 후 해외로 도주한 피의자 49명과 국내 수배관서 경찰관 및 경찰병원 의료진 130여명이 탑승했다.
송환 피의자는 보이스피싱 등 민생 경제범죄 사범 18명을 포함한 사기 사범 25명, 도박장 개장 등 사이버범죄 사범 17명, 특수상해 혐의를 받고 있는 관리 대상 조폭 1명 등 강력사범 3명, 그밖에 횡령·외국환거래법위반·조세범처벌법위반·성폭력처벌법위반 사범 각 1명이다.
여기에는 2024년 필리핀 세부에서 발생한 한국인 간 강도상해 사건의 주범 및 공범, 2018년부터 약 5조3000억원 규모의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범죄단체 조직원 10명도 포함됐다.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자는 45명으로, 국내 수사기관에서 내려진 수배만 총 154건에 이른다. 송환 대상자들의 평균 도피 기간은 3년 6개월로 최장기 도피자는 16년 동안 필리핀에서 은신하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경찰청에 따르면 피의자들의 사기 범죄 행각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은 총 1322명, 합산 피해액은 약 605억원으로 집계됐다. 도박 개장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이 운영한 도박 사이트의 도금 규모만 10조7000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이번 단체송환 작전을 위해 약 4개월에 걸쳐 국내외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했다. 주필리핀 대한민국대사관은 경찰영사 및 코리안데스크를 중심으로 필리핀 대통령실, 이민청, 법무부 등 현지 당국과 긴밀히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화 주필리핀 대사는 이날 오전 마닐라 니노이아키노 국제공항에서 현지 언론 대상 브리핑을 열고 "이번 단체 송환은 필리핀이 더는 범죄자들의 도피처가 아니라는 점과 국외로 도피한 범죄자는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메시지를 줬다"며 " 양국 국민의 안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김한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