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사진 = 뉴욕타임스 캡처) 2025.06.27.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이 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로 꼽혔다.

NYT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 리스트에서 봉 감독의 '기생충'이 1위를 차지했다.

NYT는 '기생충'에 대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에 대한 이야기이자 신자유주의의 파괴에 대한 맹렬한 비판을 담은 봉준호 감독의 유쾌하면서도 기괴하고 불안한 충격적인 영화"라고 평했다.

또한 가난한 가족이 부유한 가정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따라간다면서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장르의 거장 봉 감독은 영화 전반에 걸쳐 폭넓은 코미디와 통렬한 사회 풍자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비극적인 폭력의 폭발로 모든 것을 불태운다. 그 폭발은 충격적이면서도 필연적"이라고 분석했다.

'기생충'이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비롯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한 걸 상기시키며 "'기생충' 미국 개봉 당시 봉 감독은 예술 영화계의 인기 스타였다. 영화가 폐막할 무렵엔 오스카상을 휩쓸었고, 세상에는 새로운 슈퍼스타가 탄생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해당 리스트에 봉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인 '살인의 추억'(2003)이 99위에 걸렸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는 43위를 차지했다.

NYT는 '살인의 추억' 관련 "봉준호 감독은 가늠할 수 없는 악에 맞선 인간의 한계에 대한 생각이 분명하다. 날이 선 드라마와 뜻밖의 유머를 섞어 이를 톺아한다"고 봤다. '올드보이'에 대해선 극 중반에 '오대수'(최민식 분)이 복도를 피범벅이 된 채 망치를 휘두르며 나오는 장면을 '비틀린 스릴러의 오페라 같은 폭력성'에 비유하면서 "마지막까지 도발과 불안을 안기는 영화"라고 평했다.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인 셀린 송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2023)는 86위를 차지했다. 송 감독은 영화 '넘버 3'(1997)로 유명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다. '넘버3'엔 '기생충'·'살인의 추억' 송강호, '올드보이' 최민식이 '넘버3'에 나왔다.

NYT는 감독, 배우, 제작자 등 전 세계 영화 유명 관계자 500명에게 2000년 1월1일 이후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이번 설문을 진행했다.

허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