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3차 공매도 토론회…외국계 "규제 예측 가능하게 해달라"

"문제 있을 때마다 금지, 재개 방식 벗어나야"
"상당수 헤지펀드, 한국 떠나 다른 시장 찾아"

시사종합뉴스 승인 2024.06.10 21:32 | 최종 수정 2024.06.11 07:33 의견 0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3차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06.10.

외국인투자자들이 10일 금융감독원이 개최한 공매도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관련 규제를 예측 가능하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감원은 이날 그동안 부각되지 않은 외국인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주안점을 뒀다.

김동은 한국투자증권 홀세일본부장(상무)은 금감원이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와 공동 개최한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3차)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김 상무는 "지난 20여년 넘게 외국인투자자를 한국에 투자할 수 있게 유치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들 중에서도 롱온리펀드 위주로 공매도 금지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물어봤다"며 "가장 많이 이야기한 건 (규제) 예측 가능성으로 앞으로도 만약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시스템에 변화가 생길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것 같다. 이런 것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해주면 투자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하면서 보면 어떤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참고해줬으면 한다. 이렇게 전산시스템을 구축했을 때 그걸 해킹할 수 있다면 큰 금융사고가 날 수 있다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는 톱5, 톱10 정도의 거래를 허용하면서 거기서 나오는 흐름을 파악하고 시스템 베타 버전을 적용하는 게 향후 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는 외국인은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생각해야 한다"며 "이미 많은 헤지펀드들이 한국시장을 떠나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에서 롱숏플레이를 하고 있다. 시스템 구축 부담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싱가포르 헤지펀드 운용역도 공매도 관련 업무처리 기준과 가이드라인, 불법 공매도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그는 사전 인터뷰를 통해 "홍콩 시장의 경우 거래자들이 시가총액, 유동성 등 (명확한) 조건에 따라 종목별로 공매도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 예측이 가능하다"며 "특정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금지, 재개하는 현재 방식에서 벗어나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공매도를 효과적으로 하는 방식이 필요하며, 공매도 허용이 시장 유동성과 투명성을 높이기에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영광 안다자산운용 헤지운용본부장은 "의도적인 불법 공매도는 차입 확정 전 수기로 장부 조정을 해서 공매도가 먼저 이뤄지는 경우이기 때문에 확정된 수량을 전산 잔고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의도적인 불법 공매도는 구조적으로 근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헤지펀드들은 리스크 헤지 수단 중 하나인 숏포지션을 제약받고 있는 상황이라 본연의 목표에 충실하게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위한 공매도 재개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3차 토론회에서 발제자료를 보고 있다. 2024.06.10.

황선오 금감원 금융투자부문 부원장보는 "대차거래 전산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자체잔고관리시스템은 3중 관리 시스템으로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시스템 운영 과정에서 미비점이 나타나면 검토해보겠다"고 설명했다.

황 부원장보는 이어 "전산시스템 구축 비용이 높아서 구축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는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미 자체 시스템이 있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관투자자가 불법 공매도 차단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을 땐 제재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법령 개정을 통해 전산시스템 구축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이를 갖추지 않은 경우에는 제재할 수 있는 근거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전산시스템 구축 없이 공매도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기관들이 잔고관리시스템을 잘 개발해서 불법공매도가 원천 차단되도록 설계하고 그게 우리 자본시장 선진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수탁증권사들의 점검 의무가 생기는데 증권사들이 그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협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을 대표해 참석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이날 파생시장 문제를 지적했다. 정 대표는 "공매도를 금지 중인데도 한국 증시가 세계 꼴찌 수준인 이유 중 하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불확실성 때문이고 하나는 파생시장 문제"라며 "파생시장이 외국인 놀이터로 전락한지 오래됐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또 "자기자금 없이 하루에 12조원의 코스피200 선물 매도를 통해 주식시장을 교란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며 미국처럼 외국인과 기관의 현·선물 거래 증거금을 법제화시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은 증권사의 직접전용회선(DMA) 이용 공매도 의혹에 대해 내부통제 상황을 점검한 결과 전반적으로 한국거래소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DMA 주문안정성, 결제의무이행능력에 대한 평가 기준 미비 등 일부는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개선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또 상장지수펀드(ETF) 호가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매도 금지 예외로 둔 유동성공급자(LP)들의 시장 교란 의혹과 관련해서는 LP 목적에 벗어나는 공매도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앞서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 등이 지적한 내용이다.

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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