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집권 3년차 '협치 뒷받침돼야…"야 '저출생부' 협조요청"

"기자회견 기점으로 '불통' 논란 해소해갈듯
채상병-김건희 특검 반대에 대치 이어질 듯

시사종합뉴스 승인 2024.05.09 14:38 | 최종 수정 2024.05.09 14:40 의견 0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4.05.09.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보고'를 "요즘 많이 힘드시죠. 봄은 깊어가는데 민생의 어려움은 쉬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는 고개를 숙였다.

이어진 기자회견은 약 73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한두 분만 더 하자"며 추가 질문까지 총 20명의 내외신 기자 질문에 답한 뒤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서 자주 뵙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소통 부족했다…미흡하고 부족한 부분 솔직히 말씀드릴것"
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로 시작해 "자주 뵙겠다"로 마무리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지난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이 윤 대통령의 '불통' 논란에 기인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할 현안들이 있었음에도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야권의 '정권심판' 공세가 힘을 얻었다는 비판이다.

한국갤럽 4월 4주차 조사 기준(4월 23일~25일 조사) 윤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는 '소통 미흡'이 15%로 '경제·민생·물가(21%)'에 이은 2위다. 3위인 '독단적·일방적(9%)', 5위인 '통합·협치 부족(5%)' 등 유사 요소도 상위권이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정운영의 핵심 축으로 삼아온 민생토론회 역시 회차를 거듭하면서 '민생 소통'보다는 '일방적 전달' 측면이 부각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선은 정부에 대한 국정운영 평가"라며 "정부의 정책과 국민들에게 설명해드리고 (하는 것과) 소통하는 것이 많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언론을 통해 국민들께 설명하고 이해시켜드리고, 제가 미흡하고 부족한 부분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기회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취재진의 질문은 김 여사 논란, 채 상병 사건 관련 의혹, '윤석열-한동훈 갈등' 논란 등 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정치적 현안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이 이날 특별히 새로운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그간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으로 갈음해왔던 윤 대통령의 뜻이 즉문즉답으로 국민들에게 생중계됐다.

김 여사 관련 논란에 관해선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직접적 사과는 최초다.

윤 대통령은 "장래가 구만리 같은 해병이 대민작전 중 순직한 것은 국군 통수권자로서 안타깝고 가슴아픈 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채 상병 관련 입장을 밝힌 것 역시 논란이 불거진 뒤로는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2주년을 맞아 정식으로 연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약식 간담회와 언론사 국장단 간담회 등 다양한 언론 접촉 확대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정무·민정수석 인선을 직접 소개하면서 짧은 질의응답에 나서는 것도 관행화되는 모양새다. 국무총리 인선과 향후 개각 정국에서도 언론 접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통 효율과 민생 현안 집중도를 높이는 등 문제점을 개선한 '민생토론회 2.0'도 이달 중 재개할 방침이다.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께서 궁금해 할 모든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입장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민생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낮은 자세로 소통하며 일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108석을 확보하면서 개헌 저지선은 지켰지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 범야권이 나머지 192석을 석권하면서 야권 단독 법안처리 구도는 그대로 이어진다.

나아가 윤 대통령 집권 전 '주어진 환경'이었던 21대 국회의 여소와대와 달리, 22대의 여소야대는 정부 출범 2년 후의 결과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협치를 모색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보고와 기자회견 중간중간 협치 메시지를 깔았다. 민생을 위해 끈기를 가지고 야권과 협치에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언급하고 "협치라는 것이 한 술 밥에 배부를 수 없는 거고, 우리 정치가 오랫동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잉갈등을 만들면서 진행돼왔다"며 "제가 이 대표를 만났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분위기가 바뀌고 협치가 된다고 생각 안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만날 의향이 있는지 질문에는 "어떤 정치인도 선을 긋지 않고 늘 열어놓겠다"며 "국민을 위한 협치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국민보고에서는 '저출생위기대응부' 신설 방침을 밝히며 정부조직법 개정 협조를 야권에 요청했다. 민주당도 총선 전 '인구위기대응부' 설치를 공약한 만큼 여야가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 질문에 대한 답변 중에도 영수회담에서 민주당과 공감대를 형성한 점을 들어 "야당에서도 국민이 바라는 의료개혁에 공감을 표시했다.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협치 전망은 순탄치 않다. 야당이 주도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 채상병 특검법과 추진 중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의사를 사실상 확인했고,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전 국민 대상 지원금 지급을 위한 '처분적 법률' 검토를 언급하면서 5~6월 국회도 대치 정국으로 흐를 전망이다.

영수회담 후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합의처리되고 대통령실이 환영 입장을 내는 등 협치 분위기가 잠시 연출되기도 했으나 며칠을 이어지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 여사 논란에 대한 사과와 채 상병 사망사고에 대한 안타까움을 밝혔으나, 이미 거부권을 행사한 김 여사 특검법과 국회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기존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야권이 요구한 '국정기조 전환' 질문에는 "민생에 관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정부로 바꿔야 한다는 기조 변화는 맞다"먼서도 "시장주도와 민간주도 시스템으로 우리 경제 기조를 잡는 것은 헌법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인구위기대응부 설치와 함께 야권에 요청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소득세법 개정 역시 여야간 접점이 없는 쟁점사안이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회견 뒤 브리핑에서 "국정 기조 쇄신을 바랐던 국민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렸다"며 "국민을 외면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고 바로잡아가는 일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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