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단양군의회 의원 일동은, 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단양군 곡계굴 폭격 사건'에서 희생되신 분들과 그 유가족 분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며, 이 사건에 대해 정부와 국회, 충청북도의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1951년 1월 20일.충북 단양군 영춘면 상리 주민들은, 70년이 넘게 지난 오늘에도, 이 날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날, 한국전쟁 당시 200여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단양군 곡계굴 폭격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1951년 1월 20일, 영춘면 상리에 위치한 곡계굴에 민간인 400여명이 전쟁을 피해 숨었습니다. 이들을 오인한 미군은 무차별적 네이팜탄 폭격을 가했습니다.
오전 10시경부터 시작된 미군의 폭격은 오후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살기 위해 굴 밖으로 도망친 피난민들에게는 또 다시 무차별적인 기관총 난사가 가해졌습니다. 그렇게 여성과 아이들이 상당수 포함된 200명 이상의 주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되었습니다.
단양군에서는 2002년부터 매년 이 사건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합동위령제 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2006년에는 위령비 건립도 지원하는 등 곡계굴 사건을 세상에 알려 국가 차원에서 억울한 희생에 대한 진상 규명과 유가족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제대로 실현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2008년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국가 차원의 피해자 명예회복과 배상을 권고했습니다. 그 후로도 17년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은 아무런 실질적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고통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제2의 노근리 사건'으로도 불립니다. 하지만, 충북 영동군의 노근리 사건은 2004년 특별법이 제정되어 국가 차원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반면, 단양의 곡계굴 사건은 2008년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 사이, 고령의 유족들이 세상을 떠나며, 이제는 이 사건의 기억마저 지워지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유가족들이 명예를 회복하고 정당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유가족들의 요구는 분명합니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며, 합당한 배상과 보상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아울러, 무연고 희생자 유해 발굴과 호적 정리도 남은 과제입니다.
이에 단양군의회는 곡계굴 사건의 진상 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유족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정부와 국회가 책임있게 나설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아울러, 충청북도에서도 특별법 제정이 현실이 되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국가가 나설 때 곡계굴의 통곡은 멈출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 땅에 곡계굴과 같은 가슴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곡계굴의 비극을 미래 세대가 기억하도록 하는 노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 세대가 과거의 비극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기억하며, 가슴아픈 역사의 반복을 막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졌다 할 것입니다.
단양의 곡계굴을 기억하고, 그 비극의 역사가 이 땅 어디에서도 반복되지 않도록, 곡계굴 사건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고 진정한 명예회복이 이루어지도록, 정부와 국회, 충청북도는 적극적이고 책임있는 자세로 하루빨리 특별법 제정에 나서 줄 것을 다시한번 촉구합니다.
2025.06.23
단양군의회 의장 이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