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월호와 이태원, 오송 지하차도, 무안 여객기 참사 등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를 대표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고, 유가족들은 눈물을 훔쳤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사회적 참사 유가족 200여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를 주제로 의견을 청취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그리고 그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한 점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정부를 대표해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국민이 위협받을 때, 또 국민이 보호받아야 할 때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며 "이 사회가 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고 안전보다는 비용을 먼저 생각하는 잘못된 풍토들이 있었기 때문에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 사죄의 말씀으로 떠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리도 없고 유가족들의 가슴 속에 맺힌 피멍이 사라지지도 않겠지만 다시는 정부의 부재로 우리 국민들이 생명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자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울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7·15 오송 지하차도 참사, 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이 참석했다. 유가족의 요청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위해 정부 측에서는 강희업 국토교통부 제2차관,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이동옥 충청북도 행정부지사,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이 함께했다.
최은경 오송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이날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재난 이후 국가로부터 아무런 안내도,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모든 과정을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재난 원인 조사 및 국정조사 추진과 책임자 엄중 처벌 및 지방 정부 지원, 재난 유가족 지원 매뉴얼 법제화, 추모비 및 추모 공간 조성, 심리 회복 프로그램 시행 등을 요청했다.
송해진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애도를 부탁드린다"며 "이태원 참사와 관련 정보를 빠짐없이 공개하고 특조위(특별조사위원)에 제공해 특조위가 제대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특조위와 피해자 지원단의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달라고도 했다.
김유진 무안공항 참사 유가족협의회 2기 대표는 특별법을 통한 진상규명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독립, 둔덕과 항공 안전 시스템에 대한 전수 점검, 트라우마 센터 등 국가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기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가 의견을 듣고 위로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회적 참사로 고통을 견뎌내고 살아가는 유가족들의 당면 과제를 확고한 의지로 해결하겠다는 약속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사고도 마음 아픈데 사고 후에 책임자인 정부 당국자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가 더 마음 아팠을 것"이라며 "안전한 사회, 돈 때문에 생명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사회, 목숨을 비용으로 치환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답변했다.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 유족을 위해 영빈관 입구에는 '마음으로 듣겠습니다'라는 편지 서식이 비치됐다. 대통령실 측은 "모든 참석자가 대통령에게 바라는 의견을 자유롭게 작성 후 제출해 대통령이 직접 모든 유가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허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