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박진 해임안' 통과…尹 해임안 거부, 국회·국민 무시하는 것

민주당 발의 박진 해임안, 본회의서 의결
"박진, 김두관 해임안 가결 당시 대변인"
"당시 노무현 대통령 비판…되새겨봐야"

시사종합뉴스 승인 2022.09.30 05:51 의견 0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은 사과하라!''외교라인 전면쇄신!' 등의 피켓을 들고 본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29.

더불어민주당은 29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20년 만에 그대로 돌려드렸다"며 박 장관의 사퇴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가결된 박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박 장관께 (해임안을) 그대로 돌려드리면서 인간적인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것 또한 정치"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2003년 한나라당에서 발의한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안이 가결되자 스스로 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1987년 개헌으로 해임건의안의 법적 구속력이 사라진 후, 국회에서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건 역대 4번째다. 국회는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2001년)과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2016년) 등 세 명의 해임건의안을 의결한 바 있다.

이중 임 전 장관과 김 의원은 해임건의안 가결 후 자진사퇴를 택했지만, 김 전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자리를 지켰다.

김 의원은 "오늘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는 외교 실패와 무능함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경고이자 회초리"라며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겸허히 국민의 뜻으로 받들고 국정 정상화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아울러 "19년 전, 2003년 9월4일 한나라당은 단독으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 박 장관"이라며 "(당시) 해임안이 통과되자 박 대변인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승리'라고 논평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개인적으로 감회가 남다르다"며 "당시 저의 해임은 누가 봐도 부당하고 정치적이었지만, 저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대통령을 보좌하고 외교를 책임지는 국무위원으로서, 제대로 보좌를 못 하고 국익을 책임지는 외교 실패에 대한 책임이 크다"며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교는 난맥상 그 자체였다. 국익은 고사하고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오후 국회 본관 계단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벌일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해임안 처리를 마친 뒤 본회의장에서 내려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29.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해임건의안 가결 이후 박 장관의 사퇴와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수용을 촉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당시 박진 대변인, 현 외교부 장관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의결된 해임건의안을 한 달 이상 처리하지 않고 검토하는 건 월권이자 헌법정신 유린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며 "본인이 한 말을 스스로 되새겨볼 때가 됐다"고 밝혔다.

전용기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당시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안을 통과시키면서 이념 갈등과 치안 부재 상황을 유발한 주무장관에게 책임을 물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임안을 수용할 것으로 믿는다(고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대변인으로 하신 말씀을 19년이 지난 오늘, 외교부 장관으로서 과거 본인의 행동으로 책임을 보이길 바란다"며 박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김성환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 등 외교 참사 책임자에 대한 경질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윤 대통령은 국민의 의견을 속히 수용하라"고 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오늘 통과된 건의안을 대통령이 거부한다면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의 뜻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대통령께서는 즉각 해임 건의를 받아들여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한때 자랑스러웠던 우리 정부가 떠오른다. 더는 윤 대통령의 말처럼 '쪽팔리고' 싶지 않다"며 "이제 윤 대통령의 시간, 선택하라"고 밝혔다.

이날 야당의 단독 처리로 본회의를 통과한 해임건의안은 법적인 강제성이 없어, 박 장관의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해임은 불가능하다.

시사종합뉴스 이우현 기자 www.ca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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