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수익자, 채권자 일부에 변제했더라도... "강제집행 정지 안돼"

채권자들 복수 사해행위 소송서 승소
배상액이 변제금보다 크면 집행 가능

시사종합뉴스 승인 2022.09.07 07:36 의견 0

사해행위 수익자가 일부 채권자에게 변제했더라도 모든 채권자의 강제집행이 정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복수의 채권자들 사이 청구이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중소기업은행을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12월 B씨와 아파트를 거래했다. B씨 채권자인 중소기업은행은 A씨와 B씨의 아파트 거래가 사해행위라며 이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아파트 거래가 중소기업은행에게 해를 가하는 법률행위(사해행위)였다는 취지다.

중소기업은행의 대여금 등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A씨가 중소기업은행에게 5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신용보증금기금도 유사한 소송을 내 매매계약을 9500만원 한도 내에서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중소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이 받아야 할 돈으로 책정된 금액들은 공동담보가액이다. 사해행위의 목적물의 가액에서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로 되어 있지 않은 부분을 뺀 금액을 공동담보가액이라고 부른다.

A씨는 2016년 3월 신용보증기금과 6000만원을 지급하고 강제집행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A씨는 신용보증기금에 6000만원을 지급해 가액배상채권이 모두 소멸됐다고 주장하며 중소기업은행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이번 소송을 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여러 건의 사해행위 취소사건에서 목적물의 공동담보가액을 달리 산정해 사해행위취소 및 가액배상 판결이 선고돼 확정된 경우, 한 채권자에게 가액배상금을 지급했을 때 다른 채권자에게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범위였다.

1심은 "경합된 취소채권자가 갖는 각 가액배상채권은 본질적으로 동일하거나 중첩된 불가분적 권리로서 그 중 1인에 대한 변제로서 다른 채권자가 가액배상판결에 기하여 갖는 수익자에 대한 채권 역시 소멸하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심도 "A씨가 신용보증기금에게 지급한 6000만원은 중소기업은행의 가액배상금 5500만원을 초과하므로 가액배상금채권은 소멸됐다. 따라서 판결의 집행력은 배제돼야 한다"고 중소기업은행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해행위의) 수익자가 어느 채권자에게 가액배상금을 일부 또는 전부 반환할 경우 다른 채권자에 대해서는 가장 다액으로 산정된 공동담보가액에서 자신이 반환한 가액을 공제한 금액을 초과하는 범위에서 집행력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산정한 공동담보가액의 액수가 다르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중 가장 다액의 공동담보가액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채권자취소권의 취지 및 채권자취소소송에서 변론주의 원칙 등에 부합한다"고 했다.

대법원 판례 취지에 따라 가정적으로 계산할 경우 A씨는 9500만원 중 6000만원을 지급해 3500만원을 미지급한 상태이므로, 중소기업은행이 요구하는 5500만원 중 3500만원을 제외한 2000만원 부분만 집행력 배제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판결은 사해행위 수익자가 한 채권자에게 가액배상금을 변제한 경우 다른 채권자에게 청구이의 소송을 낼 수 있는 범위에 관해서 명시적으로 설시한 첫 사례다.

시사종합뉴스 류홍근 기자 www.ca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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